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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자도산’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기업이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파산에 이르는 현상이다. 수치상 이익이 나는데, 왜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흑자도산이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 회계 시스템과 현금흐름의 차이를 통해 진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1. 흑자도산이란 무엇인가?

    흑자도산(黑字倒産)은 말 그대로 회계상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 파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매출도 나고 이익도 증가하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부족해 급여를 주지 못하거나, 원자재 대금을 못 내면서 결국 사업이 멈춰버린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착각, 즉 ‘이익이 곧 돈이다’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출발한다. 회계상 이익은 ‘발생주의’에 따라 측정되며, 실제 현금 유입과는 시차가 존재한다.

    2. 회계상 이익과 실제 현금의 차이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매출과 비용을 기준으로 이익을 산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회계 원칙이 바로 발생주의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월에 1억 원의 상품을 납품하고, 결제는 3개월 후인 내년 1월에 받는다고 가정하자.

    • 손익계산서에는 10월 매출 1억으로 잡힌다.
    • 그러나 실제로는 1월에 현금이 들어온다.

    이처럼 기업이 매출을 인식했지만, 아직 돈을 받지 못한 경우, 이익은 있지만 현금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차이가 누적되면 현금유동성 위기, 즉 흑자도산의 가능성이 커진다.

    3. 주요 원인 ① 외상거래 확대와 매출채권

    흑자도산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과도한 외상거래(매출채권 증가)다. 기업이 외상으로 납품을 하고,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면 회계상 이익은 늘어나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게다가 고객사에서 돈을 받지 못할 경우, 부도까지 연결된다. 즉, 회계상 매출이 반드시 현금으로 회수되는 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90일 외상 조건’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아 흑자도산 위험이 상존한다.

    4. 주요 원인 ② 과도한 재고와 자산 투자

    기업이 미래 매출을 기대하고 재고를 과도하게 늘리거나 시설 투자, 부동산 투자에 많은 자금을 집행할 경우 현금이 묶이게 된다.

    • 재고는 아직 팔리지 않은 상품
    • 자산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항목

    즉, 자산은 있지만 유동성이 낮은 상태가 된다. 이럴 때 외부 자금 조달이 막히거나 예상보다 매출 회전이 느려지면 급격한 현금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5. 주요 원인 ③ 고정비 지출과 단기 부채

    영업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정비(인건비, 임대료, 이자비용 등) 지출이 많거나 단기 부채 만기가 다가올 경우, 기업은 갑작스럽게 현금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초과하거나, 현금흐름보다 고정비가 많은 구조는 흑자도산 가능성이 매우 크다.

    6. 현금흐름표를 통해 흑자도산을 막는 법

    흑자도산을 예방하기 위해 투자자와 경영자가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이 바로 현금흐름표(Statement of Cash Flows)다.

    현금흐름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 영업활동 현금흐름 → 본업에서 벌어들인 실제 현금
    • 투자활동 현금흐름 → 설비 투자, 자산 매입에 사용된 돈
    • 재무활동 현금흐름 → 차입, 증자, 배당 등 외부 자금 흐름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이 수치가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면 기업은 본업으로 현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익이 나는데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라면 현금이 바닥날 위험 신호이며, 흑자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7. 실제 사례: B사 흑자도산 분석

    과거 B사는 매년 100억 이상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경영을 유지하던 코스닥 상장사였다. 그러나 3년 뒤, 법정관리 신청을 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매출의 60%가 외상거래
    • 2년간 투자자산 300억 집행
    • 은행 차입 만기 도래
    • 영업활동 현금흐름 3년 연속 마이너스

    회계상으론 튼튼해 보였지만, 현금흐름과 유동성이 취약한 구조였던 것이다.

    8. 투자자와 경영자가 꼭 점검할 체크리스트

    ✅ 흑자도산 위험 확인 체크리스트

    1. 최근 3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인가?
    2. 매출채권 회전율이 너무 낮지는 않은가?
    3.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100% 이상인가?
    4. 재고자산이 과도하게 증가하진 않았는가?
    5.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 이상인가?

    이 항목들만 체크해도 흑자도산 위험 기업을 미리 걸러낼 수 있다.

    9. 결론 – 숫자만 보면, 진실은 놓친다

    회계상 흑자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현금이 돌고 있는가, 즉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흑자도산은 단지 재무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 전략, 회계 판단, 현금 관리 모두의 총체적인 실패가 만든 결과다.

    투자자라면 반드시 현금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함께 보고 숫자의 이면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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